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무슨 뜻인가? 느닷없이 주께서 베드로와 “상관이 없다”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무엇인가? 십자가에서 끔찍한 고통을 겪으시며 돌아가시기 바로 직전에,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마치신 주께서 제자들의 발을 일일이 씻어 주셨다.

마치 종교의식처럼 이뤄진 세족식은 단순한 의식을 넘어서 심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유대 사회에서 발을 씻어주는 자는 종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비천한 종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예수께서, 다른 사람도 아닌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인류의 그리스도이신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자 당황한 베드로가 소리친다. “(어떻게) 주께서 내 발을 씻으시나이까?”

‘주’이시며 위대한 스승이신 예수께서 자기 발을 닦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베드로가 “제 발을 씻지 마십시오.”라고 손사래를 친 것이다. 어찌 보면 제자로서 당연한 행동이며 스승에 대한 예의로 볼 수 있지만 주께서는 오히려 겸손한 베드로를 꾸짖으시며, “내가 네 발을 씻지 않으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네가 나와 상관이 없다”라는 말씀을 달리 표현하면, “내가 네 발을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내 제자가 아니다”라는 뜻이 아닌가? 도대체 스승이 제자의 발을, 아니 주인이 종의 발을 씻어주면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라고 주저 없이 말씀하시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주께서 베드로에게 ‘천국열쇠’를 주시며 하늘과 소통하는 특별한 영적 권위를 부여하셨다. 베드로는 자신이 주께로부터 받았던 영적 권위에 걸맞게 로마 교회의 초대주교로 활동하며 종교인으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른다. 동시에 그는 주교의 신분으로 마지막까지 종 된 자의 삶을 살다가 마침내 자신의 생명을 주께 다시 돌리며 순교를 마다하지 않는다. 생명을 주께 의탁하며 진정한 종의 사명을 완수한 것이다.

주께서 주신 영적 권위는 종교지도자로서 높은 지위나 그에 부응하는 세상의 power를 의미하지 않는다. 돌아가시기 전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며 “내가 발을 씻어주지 않으면 나와 상관이 없다”라시며 마지막 유언처럼 의례적으로 말씀하신 것은, 내가 너희 발을 씻어준 것처럼 너희도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의 발을 씻어주며, 내가 섬기기 위해서 세상에 온 것처럼 너희도 그들을 섬기는 종이 되라“고 명령하신 것이다.

요컨대, 주께서 주신 영적 권위와 세속적 권위는 흡사 물과 기름처럼 결코 하나로 합칠 수 없는 ‘상극’이다. 영적 권위는 예수 그리스도의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 주어지는 권위로서, 그것은 겸손의 멍에를 맨 ‘주의 종’에게 합당한 권위다. 반면에 세속적인 권위는 주와 상관없이 재물과 권력을 탐하는 인간의 본성적인 권위에 지나지 않는다.

흔히들 주의 종이라는 말을 귀족의 작위처럼 사용한다. 가톨릭의 사제와 개신교의 목사는 ‘주의 종’이라는 신분이 마치 ‘종님’의 준말인양, 주께 종교권력을 부여받은 영적 지도자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주의 종’은 제자들의 발을 씻는 종의 종이며, 가장 비천한 자리에서 주의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 주어질 수 있는 겸손한 이름일 뿐 거들먹거리는 종교귀족들에게 하사하는 멋들어진 계급장이 아니다.

주께서 베드로에게 “내가 네 발을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상관이 없다”라는 말씀을 이해하기 쉽게 의역하면, “네가 사람들의 발을 씻어주는 비천한 종으로 살기를 거부한다면 너는 결코 내 제자가 될 수 없다”일 것이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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